오픈이노베이션과 스타트업 방법론의 결합

전통적으로 대중견기업은 내부의 R&D 부서를 중심으로 혁신을 추구해왔습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고 소비자의 니즈가 급속도로 다양해지면서, 기업 내부의 자원과 역량만으로는 이러한 변화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명확해졌습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외부의 지식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는 오픈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은 기업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적 대안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시장 환경은 산업화 시대의 공급 부족으로 인한 ‘만들면 팔리던 시대’와는 본질적으로 다릅니다. 오늘날은 과잉 공급 시대가 도래하여 기업이 고객의 수요를 창출하고 적극적으로 고객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 고객 주도형 시장입니다. 스타트업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며 MVP(Minimum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 중심의 실험과 고객 검증을 통해 민첩하게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조직입니다. 따라서 대중견기업들도 스타트업의 고객 중심 성장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내재화함으로써, 내부의 관성을 극복하고 민첩하고 유연한 혁신 문화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기업이 오픈이노베이션 과정에서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직접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Corporate Venturing’이라고 합니다. Corporate Venturing은 크게 벤처 클라이언팅(Venture Clienting), 기업형 벤처 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사내벤처(Intrapreneurship), 벤처 빌딩(Venture Building)의 네 가지 형태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하에서는 각 방식의 개념과 적용 방법, 그리고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출처 : https://www.vlabs.at/blogposts/venture-clienting-vs-venture-building

1. 벤처 클라이언팅(Venture Clienting)

벤처 클라이언팅은 대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초기 고객이 되어 혁신적인 솔루션을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방식입니다. 대중견기업은 스타트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별도의 지분 투자 없이 직접 구매하고 활용함으로써, 신기술이나 혁신적 솔루션의 시장 검증과 성공 가능성을 상대적으로 낮은 리스크로 테스트할 수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핵심적인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 해결에 전략적인 초점을 맞추어 적용할 수 있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도 벤처 클라이언팅은 매우 매력적입니다. 초기 단계에서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면서 시장 검증을 수행할 수 있고, 지분 희석 없이 성장의 모멘텀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방식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대중견기업 내부에 스타트업의 혁신적 제품과 솔루션을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개방적인 문화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합니다. 또한, 명확한 목표와 KPI를 설정하고 성과를 지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프로세스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스타트업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솔루션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 또한 중요합니다. 국내에서는 정부나 유관 기관이 주도하는 오픈이노베이션이 초기 개념검증(PoC) 이후 벤처 클라이언팅을 통해 확대 적용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2. 기업형 벤처 캐피탈(Corporate Venture Capital, CVC)

기업형 벤처 캐피탈(CVC)은 기업이 스타트업에 전략적으로 투자하는 전문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인 벤처캐피탈(VC)이 주로 재무적 성과에 초점을 두는 반면, CVC는 전략적 투자자(SI)의 역할을 통해 기술 혁신과 시장 선점을 목표로 합니다. 대중견기업은 이를 통해 스타트업과의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직접적으로 성장 과정에 참여할 수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장 동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얻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자금 지원 외에도 대중견기업의 네트워크와 마케팅 역량 등 실질적인 성장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대중견기업 입장에서도 투자한 스타트업의 성과를 밀접하게 관리하며 성장 지표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성공적인 CVC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 설정과 함께 스타트업의 선별 및 관리 체계를 잘 구축해야 합니다. 투자 이후에도 스타트업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면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여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입니다. 다만 투자로 인한 재무적 리스크와 투자 회수 기간 장기화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충분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3. 사내벤처 프로그램(Intrapreneurship)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조직 내부의 직원들이 직접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활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고 사업화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내부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선정된 팀에게 스타트업 방법론을 전문적으로 교육하여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도록 지원합니다. 이러한 팀에게는 독립적인 운영 권한과 충분한 내부 인센티브를 제공하여 자율성을 보장합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의 핵심 성공 요인은 내부 직원들의 혁신적 아이디어와 창의성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원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예산과 독립성을 보장하면서 조직적 민첩성을 강화하는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사내벤처 프로그램은 전략적, 인적 자본 측면에서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혁신 생태계 구축과 조직문화 확산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다만 기존 조직 문화와의 갈등이나 초기에 명확한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프로젝트가 중단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합니다.

4. 벤처 빌딩(Venture Building)

벤처 빌딩(Venture Building)이란 대중견기업이 스타트업의 방법론을 기업 내부에 직접 적용하여 신사업을 직접 스타트업처럼 제로(Zero)에서부터 구축하는 방식입니다. 이는 대중견기업이 스타트업처럼 고객 중심의 문제 정의(Problem Definition)를 시작으로, 최소 기능 제품(MVP) 개발, 팀 구성 및 시장 출시까지 전 과정을 내부에서 진행하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특히 내부 직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과 더불어 외부의 스타트업 전문가들과 협업하여 역량을 더욱 높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 방식은 최근 글로벌 컨설팅 기업들이 특히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업 모델 중 하나로, 대표적인 사례로는 Boston Consulting Group의 기술 중심 조직인 BCG X와 Bain & Company의 Bain Founder’s Studio가 있습니다. 이들은 기술과 데이터 중심의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실제 시장에 빠르게 적용하는 형태로 벤처 빌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벤처 빌딩을 위해서는 대중견기업이 신속하고 유연한 스타트업 방식을 내부적으로 체계화할 수 있는 조직 문화와 구조를 갖추어야 합니다. 즉, 빠르게 MVP를 개발하고 시장 검증을 반복할 수 있는 시스템과 함께, 전문적인 팀 구성과 인재 육성을 통해 지속 가능한 신사업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한, 최고 경영진의 강력한 지원과 초기 단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를 허용하는 유연한 기업 문화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며, 명확한 핵심 성과지표(KPI)를 설정하여 신속하게 실험하고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벤처 빌딩의 장점은 기업이 직접적으로 혁신 역량을 내재화하여 신속히 새로운 시장 기회를 발견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창의적이고 유연한 조직 문화를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신사업을 발굴할 수 있다는 점이 있습니다. 다만, 초기 자원 투입이 많고 실패 가능성 또한 높으며, 내부 조직과의 갈등이나 변화 관리의 어려움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전사 전략과 align 된 오픈이노베이션

우리나라에서는 각각 다른 부서에서 적용하거나 한두개만 시도해보는 케이스는 많으나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정도의 대기업이 아닌 이상 corporate venturing 이라는 전체적인 관점에서 적용되는 케이스가 많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형태로 시작하든 결국에는 전사 전략적인 관점에서 스타트업 방법론을 적용하기 시작하고 전사로 확장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서 로드맵을 그려 corporate venturing의 종합적 관점에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기업이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유지하며 혁신을 실현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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