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학협력 #죄수의딜레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지속가능

최근 국내외에서 대학 - 기업 간 공동 연구소를 설립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미국의 유명 공대 MIT는 IBM, 보스톤 다이내믹스와 연구를 오랜 기간 진행했고, 스탠퍼드는 구글과 협업을 통해 자율주행 스타트업 ‘Waymo’를 배출하기도 했습니다. 해외, 특히 미국의 산학 협력 성공 사례들이 많은데요, 그 이유는 협력의 목표를 기술 개발을 넘어 사업의 영역까지 확장하는데 있습니다. 즉, 해당 협력을 성공적인 사업 혹은 스타트업으로 만들기 위해 액셀러레이팅 형태로 진행된다는 의미입니다.

사실 산학 협력에서 기업은 목표를 ‘연구과제’로 제한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합니다. 필요한 기술 연구를 ‘과제’라는 이름으로 외주를 내주어 비용 통제가 가능하며, 지적재산권 취득도 용이합니다. 성과가 나지 않으면, 쉽게 관계를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액셀러레이터 형태로 운영을 하게 되면 여러모로 귀찮아집니다. 지분관계가 생기고, 협업의 성과도 나눌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단점에도 왜 많은 미국 기업들이 산학 협력을 단순 연구 개발 의뢰가 아닌 액셀러레이팅 형태로 운영해 온 것일까요?

오랜 자본주의 시스템 하 미국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인센티브는 없다.”라는 생각을 공유합니다. 물론 연구 영역에서도 동일합니다. 연구소가 외주 형태로 연구를 의뢰받으면, 연구자는 또렷한 한 가지 목표를 설정합니다. “의뢰자가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한다.” 연구소는 기업이 원하는 결과물을 개발하고, 기업은 결과물에 만족한다면, 추가 의뢰를 통해 상호 신뢰관계가 선순환됩니다. 표면 상으로 모두 윈윈하는 것으로 보이나, 그 속에는 많은 문제가 산재합니다. 연구자는 기업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연구에 대한 객관적인 태도를 잃기 쉽고, 결과를 내지 못하면 기업에게 계속 일감을 받기 어려워집니다. 갑과 을의 관계가 되는 것이죠.

반면, 미국과 같이 산학 협력을 스타트업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갑을 관계보다는 서로 협력하는 ‘한배를 타는 구조’가 형성됩니다. 기술에 관심 있는 기업은 투자를 통해, 그리고 연구자들은 연구 개발을 통해 최상의 결과를 내기 위해 서로 노력하죠. 특히 지분을 기반한 주식회사의 형태로 진행할 경우, 연구자는 객관적으로 ‘시장에서 성공할 만한’ 연구에 집중하게 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원하지 않은 결과물이 도출되었다 해도, 새로운 사업 분야의 기술을 발굴한 만큼 잃지 않는 투자를 진행한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구조는 ‘죄수의 딜레마’와 동일합니다. 기업 - 학교와의 관계를 ‘연구 과제’로 설정하면, 단기적인 유연성을 얻게 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기술력을 선점하기 어렵습니다. 반대로, ‘스타트업 설립’ 형태로 관계를 설정하면, 단기적으로 수익이 제한적이고 재무 복잡성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 상호 안정적인 기술력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당장의 실적을 신경 써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장기적인 관계 형성에 대한 부담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은 당장의 매출을 넘어 다음 사업에 대한 시도를 지속해야 합니다. 이런 의미에 있어서 미국의 독특한 산학 협력 구조는 기업은 물론 학계에도 지속 가능한 협업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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