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 #액셀러레이팅 #투자전략 #스토리텔링

지난 10년간 디즈니가 액셀러레이터(AC)를 운영해왔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디즈니는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도 하지 않고, 홈페이지를 보아도 많은 정보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아마 많은 분들은 모르고 계셨을 것입니다. “정말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게 맞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도 있으나, 사실 디즈니는 지난 10년간 해마다 5~8개의 기업을 선발하여 투자와 보육을 통해 적극적으로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해왔습니다.

디즈니 같은 콘텐츠 기업들의 경우 투자를 하는 영역이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최근 미국 콘텐츠 시장에서는 자체 제작보다 외주 제작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 조직이 범대해졌으며, 해당 영역에 특화된 투자를 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디즈니 역시 외부 제작에 대한 투자를 진행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지요. 허나, 디즈니 액셀러레이터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디즈니 액셀러레이터의 투자 전략은 콘텐츠 업계의 보편적인 움직임과는 다소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포트나이트 개발사인 ‘에픽게임스’, 인도 에듀테크 유니콘 기업 ‘바이주스’, 블록체인 기업 ‘폴리곤’, 심지어 보이스 AI 전문 기업인 ‘일레븐랩스’ 등의 기업들은 디즈니의 핵심 역량과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듭니다. 디즈니 IP를 활용해서 제작한 콘텐츠가 각 포트폴리오사의 서비스에 활용이 된다고 하더라도, 디즈니의 매출에 유의미한 임팩트를 줄 수 있는가는 매우 불확실한 영역입니다. 포트폴리오사가 개발하는 기술을 도입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는 있겠으나, 이 역시 확신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고 협업을 진행하는 것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디즈니와 같은 거대한 상장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위험 부담을 안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지난 10년간 스타트업과의 협력과 투자를 위해 액셀러레이터를 운영해왔습니다.

디즈니의 기업 혁신 부문 부사장 데이비드 민은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1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디즈니 액셀러레이터는 회사 전체의 다양한 경영진과 긴밀히 협력하여 [...] 새로운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발전시키는 것에 도움을 준다”고 설명했습니다. 디즈니 액셀러레이터 총괄인 보니 로젠은 “디즈니는 스토리텔링에 강점이 있으며, 매우 다양한 형태를 취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의 도입을 통해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점”이라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즉, 디즈니는 기업의 핵심 강점인 ‘스토리텔링’을 강화하고 창작자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기 위해 스타트업들과의 협력을 일종의 컨설팅으로 활용한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디즈니가 에픽게임스에 15억 달러를 투자할 당시 3D 제작 시장의 변화를 감지하고 투자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카훗이라는 설문앱에 투자할 당시에는 카훗의 솔루션이 교실에서 적극적으로 활용 된다면 학생들의 학습 환경이 크게 변화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스타트업을 통해 세상이 바뀌는 것을 인지하고, 이런 변화에 디즈니가 대응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포섭하는 전략입니다.

시장은 항상 변하기 마련입니다. 허나 기업 내부에서 이런 변화를 감지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안정적인 사업이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도전보다 사업을 유지하는 것이 더 임팩트가 커보이는 만큼, 당연한 결정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이런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트렌드에 뒤처져 있는 현실을 직면하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벌어진 격차를 단번에 좁히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시장의 흐름에서 수차례 목격해왔습니다.

그렇다 해서 디즈니가 액셀러레이터를 무분별하게 운영하는 것은 아닙니다. 되려 보수적으로 운영하죠. 극초기 단계의 기업보다는 안정적인 사업 역량이 있는 시리즈 A~B 단계의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진행하고 해당 기술과 서비스를 당장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물론 이로 인해 투자금액이 다소 커지기도 했으나, 빠르게 테스트를 진행해야 하는 영역에 대해 추진력을 얻고, 이를 통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인 만큼 손해라고 할 수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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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bal #011] 디즈니가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10년째 운영하는 이유